성폭행피해자조사 경찰이 날 믿어줄까 걱정된다면?
- 형사
- 피해자
작성일2025-04-08
내 말을 믿게 하려면
내가 먼저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성범죄피해자변호사
법률사무소 프로 대표변호사 이규완입니다.
대부분의 성폭행 사건은 증거가 많지 않죠.
범죄 특성상 밀실, 그리고 CCTV가 없는 곳에서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이점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청해 봤자
부족한 증거때문에 피해 사실이 묵살될까 걱정이 앞서실 겁니다.
'해 봤자 소문만 나지.'
'해봤자 달라질 것도 없을 텐데, 나만 참으면 될 일이야.'
방도가 없어 보이니 내려놓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성폭행피해자조사에서 무엇보다 우선이 되는 증거는
바로 피해자 진술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법정과 수사기관에 흔들리지 않을 신뢰를 얻을 핵심 요소들,
지금부터 저 이규완이 풀어드리려 합니다.
진술에 강력한 무게를 싣는 방법
무력하게 만드는 가해자의 태도
증거, 얼마든지 있죠.
성폭행 사건은 직접적인 물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에
피해자의 진술이 사건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핵심 증거가 돼요.
근데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증거 있어?'라는 뻔뻔한 태도를 보이며 무력하게 만들죠.
매일같이 피해자들을 변호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
진술이 결정적 단서가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합니다.
단, '이 조건'이 갖추어질 때 해당되죠.
그 조건은 바로 일관성입니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
극히 일부이지만, 간혹 금전적인 목적으로 합의된 성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신고해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것 때문에 법원은 피해자가 금전적 동기를 가지고 있는지를 유심히 보죠. 그러니까 어떤 동기로 신고했는지를 명확히 답변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잘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위축되거나 압박에 흔들려 세부 사항을 헷갈려버리면 '기억 착오'에 대한 의심이 따라붙어요. 그러면 진술이 신빙성을 얻지 못하고, 신고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죠.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진술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법정은 그 어디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에요. 조사 시의 단어 선택 하나가 진술의 방향을 바꾸고, 신빙성을 결정하기도 하죠. 말이 헛나오거나, 표현하고자 하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애매한 표현을 썼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니 한 시라도 빨리 상황·날짜·대화 등을 잊기 전 미리 기록해 두고, 정리해 두시는 게 좋아요. |
그런데, 문제는 생각보다 이 일관성을 수사 과정 내내 유지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죠.
사건 당시를 떠올리는 일이 괴롭기도 하고, 심신미약이나 항거불능의 상태였을 수도 있고,
수사 과정이 워낙 엄격하다 보니 긴장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죠.
그래서, '이런 조력'이 필요합니다.
최명숙, 길이 없는 곳에도 길은 있다, 사도행전, 2023.
막다른 곳에도 길은 있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간단한 사례를 들어 설명드려볼게요.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가해자에게 성폭행 당한 의뢰인,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기에 사건 당시를 복기하기조차 힘들어하셨는데요.
목격자는 물론, 근처 CCTV 영상조차 남아있지 않아 증거 확보에 난관을 겪을 거라 예상하셨죠.
여기에서 저는 사건 당일 의뢰인의 교통카드 기록, 휴대폰 GPS, 인근 상점 영수증을 추적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의뢰인이 사건 다음날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 내역을 통해 피해 사실을 뒷받침했죠.
의뢰인의 진술에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보강 증거를 마련함으로써 피해를 증명해 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생각보다 피해자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사소한 증거'들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스마트폰 속의 기록들이 핵심 증거로 작용하기도 해요.
'대화 내용을 다 지워 버렸어요.'
'피해 사실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대화 내용은 없어요.'
이런 고민, 다 괜찮습니다.
지운 내역이라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할 수 있으니까요.
피해 사실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진술의 허점을 보완하는 보강재로 활용할 수도 있으니 미리 포기하시면 안됩니다.

위 모든 게 존재하지 않고, 피해자의 진술마저 힘이 약한 상황이라면
저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감정에 호소하거나, 부족한 진술을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조사뿐 아니라 거기에 주변인의 진술을 덧붙이는 것입니다.
피해 사실을 알린 친구, 또는 추후 내방했던 심리 상담 기록,
정신과 치료 기록 등... 활용할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주변인 진술' 단독으로 보았을 땐 힘이 약할 수 있지만,
피해자의 말과 연결고리가 맺어지는 순간 이는 탄탄한 뒷받침이 됩니다.
수사 기관은 피해자에게도 함정을 놓는다.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조금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날카로운 수사 기관의 잣대는 피해자 역시 비켜갈 수 없어요.
법원의 입장에선 성폭행 신고를 당한 가해자에게도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진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어떻게든 진술의 허점을 찾기 위한 함정 질문이 종종 날아오곤 합니다.
'아니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을 유도하고,
허점을 잡는 순간 이를 부풀 당황하게 만드는 거에요.
일관성을 지키는 것은 물론, 함정 질문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도 해야 합니다.
▶함정에 넘어가지 않기 위한 요령
'예,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있는가 하면, 일부러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이때 당황하여 횡설수설했다간 추후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요. 애매할 것 같다면, 차라리 말을 아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진술 도중 분노하거나, 과하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법정은 이를 '이상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따라서 되도록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평정을 유지하는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진술에 허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 외 증거들을 찾아낼 여지는 많습니다. 따라서 괜히 기억나지 않는 것을 대답하다 실수를 하느니, 깔끔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인정하는 게 좋아요. |
성폭행 신고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성폭행피해자조사 과정까지 버텨야 한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겠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준비를 하면 지금의 내 억울함을
가해자의 처벌과 보상으로 받아낼 복수의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위축이나 긴장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판단된다면
변호사가 동행하는 경우도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은 성폭행 신고를 한 피해자가 아닌 죄를 저지른 가해자입니다만,
법의 잣대는 '증거'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수많은 가해자들이 '증거 부족'을 앞세우며 자신의 죄를 덮어 버리죠.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증거일지라도,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증거가 꼭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철저한 복수'라는 확실한 목표, 그리고 각종 난관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만 있다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불안에 떠는 밤보다, 가해자가 불안에 잠 못 지새우는 밤이 많아질 수 있도록, 늘 함께하겠습니다.
| 성범죄피해자변호사 이규완